칼럼사설
보전처분의 구속력
2014-11-27 11:15:36 | 아키타임즈
김재훈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보전처분의 구속력
최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단 되었던 각 프로젝트들을 시작하려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요즘 언론에서 보도되듯이 외국투자자의 투자유치를 통해 영종도 등 신도시에 시작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자주 오르내린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그동안 시행사, 시공사, 관할 지자체 등의 이견(異見)으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외부투자자 유치를 통해 다시 시작하면서 과거 묻혔던 분쟁이 다시 재연 된다는 데 있다. 올 6월 지방자치선거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의 속도가 빨라지자 이러한 분쟁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쟁소지는 비단 큰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국내의 건설현장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A시행사는 수도권 인근에 상가를 건축하다가 2008년 금융위기와 더불어 사업이 중단됐다. 당시 토목공사를 하던 시공사는 공사재개를 전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약정을 요구했고, 공사가 곧 재개될 것으로 믿던 A시행사는 이를 수락했다. 문제는 그 이후 자금모집이 어려워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였고, 약정서에 명시된 대금을 줄 시기가 도래했다. 시공사는 위 약정금채권을 근거로 시행사가 가지고 있던 신탁수익권 등 채권을 가압류하는 한편, 약정금소송을 통해 얻은 1심판결을 근거로 A시행사의 사업용계좌와 사업장(건설부지) 등에 대해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행했다. 결국, A시행사는 자금유치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에 부랴부랴 채권가압류를 풀기 위한 공탁(소위 해방공탁)을 하는 한편, 가집행을 정지하기 위한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시행사는 원래 약정금에 상당하는 해방공탁금을 공탁하는 한편, 약정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집행정지를 위한 공탁금으로 납부해야만 했다. 이는 약정금 소송에서 일 부패소한 시공사가 소송을 계속 진행하면서 당사자 간의 합의도, 변제를 위한 공탁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채권가압류취소를 위한 해방공탁금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집행정지를 위한 공탁금에 대해 A시행사는 이미 2
심판단이 끝나고 집행정지의 효력이 소멸(통상 집행정지는 사실심 종결시인 2심까지만 효력이 있다)되었으므로 이를 회수하고자 공탁금반환청구를 했다. 위 공탁금을 받아 변제공탁을 하여 연체이자를 줄이기 위한 목적 그리고 시공사가 다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A시행사는 공탁금회수청구를 하였으나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았고, 사건이 상급심인 대법원에서 진행된다는 이유로 법원은 이를 거절하였다. 즉, 집행정지의 효력은 종료되었으나 공탁금은 당사자의 합의 또는 소송의 종료를 전제로 환급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이를 거부한 것이다. 어차피 시공사는 시간이 갈수록 연체이자를 얻으므로 굳이 합의할 이유가 없었고, 소송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므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흔히 보전처분(가압류와 가처분 포함)은 본안소송에 앞서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한다. 즉, 본안
소송을 하는 경우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흔히 3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 3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되므로 그 동안 채무자의 자력이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묶어두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
는 가압류 등 보전소송의 남발로 인하여 불필요하게 채무자의 재산권행사가 제약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가 발
생된다는 데 있다. 가처분은 통상 재판을 하기도 하지만, 가압류의 경우에는 서류만 심사하고 채무자는 이를 전
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소위 밀행성)되므로 나중에 자신의 부동산이나 사업용계좌 등이 동결된 이후에야 알게 된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사업용계좌나 사업용부동산의 가압류는 사업을 계속해나가는 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물론 가압류 신청을 하는 전제로 공탁금을 요구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보증보험증권으로 공탁금을 대신할 수 있으므로 신청인의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 부동산 등이 묶이는 경우 채무자의 손해는 막대하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압류 청구 시 1억원 이상의 청구금액에 대해서는 신청인을 소환하여 채권의 실재여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심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신청인의 주장만을 청취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
다. 채권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는것은 당연하나, 과도한 보호는 앞에서든 사례에서 보듯이 또 다른 채무자의
피해를 낳게 될 수 있다. A시행사는 즉각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약정금에 상당하는 또 다른 자금을 마련하여 변
제공탁을 하는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A시행사 입장에서 법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재훈 (법무법인 랜드마크)
주요경력
·변호사 ·공인회계사
·중부지방 국세청 법무과장 역임
보전처분의 구속력, 2014년 3월 16일, 제4면










